미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미국에서는 절대 무슨 일이든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거짓은 언젠가 탄로나게 되고 그것이 법과 관련된 일인 경우 심각한 처벌을 받을 수 있어 이민생활에 엄청난 타격이 된다는 경고 섞인 조언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주요 공문서마다 맨 밑에 작성한 내용이 사실이고, 거짓임이 드러날 경우 처벌을 감수한다는 칸에 수없는 사인을 해오면서 이 사회의 윤리에 대해 깊은 믿음을 가졌던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가장 정직해야 할 교육, 그것도 매해 수백만명의 시선이 한 곳에 모이는 대학입시에서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유펜 와튼 스쿨에 지원서를 제출했던 학생이 에세이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주제로 작성해 제출해 합격통보를 받았지만, 어느날 대학 관계자가 이 학생의 집에 전화를 했을 때 멀쩡히 살아있는 어머니가 받으면서 에세이 내용이 거짓임이 들통나고 말았던 사건이 공개된 것이다.

당연히 이 지원자의 합격은 취소됐다.

한때 중국 유학생들의 지원서들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보냈던 적이 있지만, 이들과 상관없는 미국의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일이 발생했으니 그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대학 지원서를 제출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는 항상 커다란 궁금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도 한 해가 아니라 꽤 오랫동안 존재했던 의문이기도 했다.

성적이나 SAT 점수는 학교와 시험 주관기관에서 직접 대학에 보내는 만큼 거짓말을 할 수가 없지만, 에세이나 다른 내용들은 순전히 학생 개인에 의해 작성되고 보내지는 것인데, 진위여부를 대학이 어떤 방식으로 확인하느냐는 것이었다.

유명 대학의 경우 매해 수만명의 지원서가 몰리는 상황에서 지원서 한 장을 심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고작 수분에서 10분 정도에 불과한데, 지원서와 에세이 내용들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당연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같은 의문의 배경에는 있는 사실만을 가지고 지원서와 에세이를 작성하는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윤리와 도덕을 무시한 거짓말을 통해 입학사정 과정에서 높은 평가를 받음으로써 성실하고 정직한 지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고 있어서다.

그런데 이런 일이 터지고 말았으니 대학 입학사정의 신뢰도는 큰 타격을 받은 셈이 됐고, 상호 불신이란 환경을 구축하고 말았다. 게다가 대학들도 이 이슈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을 할 정도이니 이 문제는 쉽게 넘어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큰 문제는 앞으로의 입시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학들은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게 될 수밖에 없게 됐고, 이는 곧 지원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보이지 않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거짓말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이 갈수록 비중이 커지는 ‘개인평가’ 부문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질 수 있는 공정성 의혹을 하루 빨리 해소할 수 있는 조치와 노력이 시급해졌다.

당연히 대학들은 거짓으로 대학에 진학하려는 파렴치한 극소수 학생들이 더이상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강력한 제도와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학을 지원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들 역시 경각심을 높일 수밖에 없다.

지원서 항목마다 기재하는 내용들이 잘못되거나 틀리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물론, 만약의 경우, 즉 혹시 대학에서 확인하는 절차를 요구하게 된다면 확실히 입증할 수 있는 준비도 해놓아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일들이 실제 벌어지는 것을 원치는 않지만 말이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숨어있던 미국 대학입시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한 어두운 단면이 들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상상하지 않았던 다양한 형태로 윤리와 도덕을 위반한 사례들도 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오랜 시간 꿈의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 온 무고한 지원자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반복되는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출처_어드미션매스터즈 네이버블로그]